[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젊은 날을 그린 로드무비라 요약할 수 있겠다.
체 게바라라.... 한참 평전도 나오는 등 그의 인생이 많이 평가받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그를, 뮤지컬 '에비타"의 화자로 등장하는 'Che'라는 이름으로만 담아두고 있을 뿐이었다. 알고보니 이 영화의 배경인 1952년에 페론 부인은 세상을 떠났구나. 생전에 둘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잠시 쓸데없는 잡담을 하자면, 영화화된 '에비타'는 에바 역의 마돈나가 체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에 찰싹 붙은 포즈의 사진과 함께 'You must love me' 등의 노래제목을 같이 깔아놓곤 해서 오해의 소지를 참 많이 남겼다. 사전정보 없이 둘이 사랑하는 얘긴 줄 알고 본 사람들은 'You'가 가리키는 게 대머리 페론이란 걸 알곤 얼마나 황당했을까? -_-)
상암 CGV 6관에서 보았다. 우리멤버스카드 + KTF멤버스카드 합쳐서 4천원 조조 공짜영화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 영화는 조조상영이 없어 3천원을 보태야 했지만 아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스페인어라 영어권 영화보다 자막 의존도가 훨씬 높아졌는데 가로자막이었던 것도 좋았다.
게바라의 실제 여행과 일기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 같은데, 그들의 길을 따라가며 등장하는 다소 진부한 장면들이 진부하지 않게 느껴진 건 그게 실제상황이어서 그랬었나 보다. 후반부에 그의 의지를 단적으로 폭발시켜 버리는, 강과 관련된 '그 장면'은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허구의 의도된 장면이었다 해도 감동은 줄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나아가는, 나아가게 될 '목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23세,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나이'에 만난 사람들, 그들이 준 것.... 그 열정적인 미청년의 나이에서 10년 뚝 떨어져 그를 보고 나온 나는, '위인'이 된 체 게바라보다 한 무명의 젊은이의 삶을 살짝 엿본 기분이 든다(하긴 사실이 그렇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가 결정되기 전의, 받아들이고 분노하며 쏟아놓을 수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부러웠다. 그래서 '평전을 읽어볼까' 라든가 하는 생각보단 진짜 여행가고 싶단 생각이 더 드는 것일까.
게바라를 맡은 배우는 '알랭 들롱'을 연상시키는 미모였다. 전단지에는 '남미의 제임스 딘'이라고 되어 있는데 난 왜 들롱 선생이 더 생각이 나는지... 아, 울언니도 천식으로 고생한 적 있고 나도 증세가 좀 있는데, 천식환자 연기는 정말 리얼했다. -_-=b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 봤다...
다음은 '인크레더블'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