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Sherlock Holmes

Top 3 memorable scenes from SHERLOCK, and.... see ya.

KayAKAJemima 2014. 1. 20. 03:07

Top 3 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무순위다.

 

 

첫번째는 시즌 1의 '분홍색 연구' 초반, 셜록 홈즈의 첫 등장 씬이다. 병원 관계자였던 이의 시신을 채찍으로 내리치던 서늘하면서도 코믹한 장면! 여기 블로그 어디선가도 밝혔지만, 원작 안에서 스탬퍼드의 설명으로만 접했던 이 장면을 화면에 담을 생각을 한 것이 너무 기발해서 주저없이 탑 3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홈즈란 캐릭터가 어떻게 묘사될 것인지 한 방에 설명해 주었다. 이 장면이 있었기에 이후로 베이커 가의 냉장고에 사람 머리가 들어 있든 죽어가는 사람 상처를 발로 짓밟든 사람 눈알로 실험하며 금단현상을 달래든 덤덤해지더라 이거다. ㅡ.,ㅡ

 

두번째는 시즌 2의 '벨그라비아의 스캔들' 후반, I am sherlocked. 아홉 에피소드 통틀어 이런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면은 없다. 더빙판의 아이린 애들러의 "......살려줘요." 대사를 듣고 있으면 통쾌해서 미칠 거 같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원판의 "......Please."보다 "......살려줘요."가 훨씬 와 닿는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살려줬지.

 

세번째는..... '분홍색 연구' 마지막, 애매한 약을 먹어치우면서까지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하던 홈즈의 몽롱한 눈빛을 꼽고 싶었으나... 한 편에서 두 개를 꼽기는 좀 불공평해서 시즌 3의 '마지막 서약'으로 간다. 코마 상태에 빠져서 모리아티의 죽음의 찬가를 듣고 있던 홈즈가 '왓슨이 위험해' 한 마디에 기사회생하는 장면. 부모님도 허드슨 부인도 그를 깨우지 못했는데 말이다.
2년간 자기를 버려뒀다며, 스물댓명의 노숙자 도우미들까지 알고 있던 그의 생존 사실을 자기에겐 안 알렸다며 삐졌던 왓슨은, 자신이 홈즈에게 이런 존재임을 언제쯤이나 알게 되려나.

 

 

 

 

 

 

자, 정리를 하자.


'셜록'에 관해 주절거린 (본격적인) 첫 블로그 글에서 난 이 시리즈가 백만년 계속되었음 좋겠다고 썼다. 이 시리즈가 현실세계의 시계를 '대체로' 따르고 있는 게 정말 맘에 드는 것이, 2년만에 왓슨 앞에 나타난 홈즈는.... 배우들은 실제로 두 살 나이를 먹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 준다면, 그가 몇 년을 묵은 후 나타나도, 주름잡힌 얼굴과 희끗해지는 흑발을 반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각본가들은 이미 4시즌을 넘어 5시즌까지도 생각해 두었다는데 그걸 시청자들이 언제 볼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지.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 하나에 올인해 기다리며 부들거리기는 싫다. 그저 이 작품도 내 30여년 홈즈 추종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인지라, 다음 시즌이 몇 년이 걸리든 그리 안달복달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여, 친구들, 안녕? 하며 찾아오면 반길 것이다. 다만, 찾아오는 한 영원히 반겨 주려고 한다.

 

다음 시즌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홈즈 단편 최대의 걸작인 '얼룩 끈'을 21세기 식으로 보고 싶다. 그외 '춤추는 인형', '붉은 머리 연맹', '실버 블레이즈' 등,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인용하기 꺼리는 인상까지 드는 걸작들도 참신하게 가공되어 얼굴 내미는 걸 보고프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몇 달 전에 나온 '셜록: 케이스북'을 읽던 중에, 그라나다 TV 시리즈의 제레미 브렛 이야기가 참 슬펐다. 홈즈에 너무 몰두하여 말년을 망친 사람. 홈즈 선집 DVD에서 본 그는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홈즈를 보여줬는데.... 말년이 좋지 않았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참 안타깝다. 선집 DVD에는 80년대의 초기 에피소드들이 대부분이라 잘 몰랐지만 '배스커빌 가의 개' 편을 보니 위 케이스북에서 묘사한 안타까운 모습이 조금이나마 보이더라. 아파 보이고 뭔가 취해 있는 듯 보이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홈즈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상을 원하는, 또 그걸 이루어가는 영리한 사람인 게 분명해 보이므로 이런 걱정은 기우일 뿐이겠으나, 너무 빠지지 않기를, 홈즈가 그를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하긴 그는 홈즈 말고도 그를 원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원 -_-

 

내 망상이 시작되는 거겠지만, 난 셜록 홈즈란 캐릭터가 가끔은 섬뜩하다. 그를 만들어낸 코난-도일 경조차 그를 맘대로 하지 못했으니까. ㅎㄷㄷ "BY POPULAR DEMAND, I WILL GO FURTHER." 그는 태연하게 선언하고서, 영화로, 연극으로, 책으로, 패러디로, 만화로, 드라마로 무시무시하게 커져 왔다. 그리고 백년 후 인간들인 우리는 그가 우리 옆에서 동시대인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본다.

 

 

 

 

 

이 블로그는 다시 잠이 듭니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