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만화

[아니메] 명탐정 코난

KayAKAJemima 2005. 2. 22. 03:31

 

 

명탐정 코난을 알게 된 건, 투니버스에서 하는 우리말 더빙판을 보게 되면서... 그게 2002년 여름의 일이었다. 디즈니를 비롯한 서양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눈을 돌려 최초로 좋아하게 된 일본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긴 계기는 '셜록 홈즈'를 숭배하는 소년 +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조로' 모티브에 끌렸기 때문이지만.

물론 그동안 보고 자란 TV 만화들도 모조리 일본산이었다는 거 알지마는, 원판이 궁금해서 피디박스를 뒤적거리기 시작하고 일본 성우들 목소리, 일본어, J-pop... 그야말로 '일본' 자체에 관심갖게 만들어버린 최초의 작품이 코난이란 거다. 그래서 가끔은 원망스러울 때조차 있지....

추리만화의 쌍벽으로 코난과 자주 비교되곤 하는 긴다이치(김전일). 둘 중에 뭐가 딱히 더 좋다고 못박고 싶진 않지만 코난에게 약간의 애정이 더 기우는 것은.... 마치 셜록 홈즈 같아서이다. 홈즈가 나오는 코난 도일의 장, 단편들은 사실 작품 자체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비현실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일의 소설들은 후대에 영향이 대단하며 홈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의 대명사가 분명하다. 그건 홈즈의 캐릭터 자체가 내뿜는 카리스마, 매력 덕분일 것이다. 코난(=신이치)에게는 그 카리스마가 있어서 좋다. 이건 잘생겼다거나 완벽하다는 뜻과는 다른 거다.

에, 어쨌든.... 처음 볼 당시에도 '코난은 언제 신이치로 돌아오게 될까?'라는 궁금증에 몸서리를 쳐댔는데 아직도 코난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니.. 뭐... 사실 이젠 '돌아오든지 말든지' 지경까지 갔다. 작가도 참, 박수칠 때 떠나라 라는 명언을 좀 되새겨보시지. 그렇게 질질 끌면서 주인공들 10년동안 고2에 잡아두면 재밌수??

말마따나 10년 됐다..... 200화 중반 정도까진 진짜 숨돌릴 틈 없이 재밌었는데... 300화 근처까지도 꽤 즐겁게 감상했는데... 400화를 바라보는 요즘은 오리지널은 물론이고 단행본 원작이 있는 에피소드조차 사건 풀이 후엔 웬지 모르게 맥이 빠진다. 그리고 초반엔 사건 중심으로 탄탄한 각본이 서 있었지만 요즘은 주로 '어린 시청자들에게 정보 주기' '일본 문화 알리기' 식으로 시간 때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일본에 대해서 사소&잡다한 뭔가를 알고 있다면 그건 다 코난과 아즈망가 대왕에서 배운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난은 특이한 상황 설정과 일본 특유의 '창조적 모방'이 잘 녹아든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단행본으로 읽어본 작품도 코난이 유일한데, 나는 소리라는 것에 민감한 편이라 성우분들의 좋은 연기가 살아있는 애니를 편애하는 편이다.

이 만화를 좋아하고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하나도 모르던, 관심 밖이던 일본 성우들도 조금씩 알게 되고, 꽤 좋아하는 성우들도 생겼다. 코난 역의 다카야마 미나미는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진짜배기 연기자! 코난 애니는 그녀에게 분명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명탐정 코난'이 그녀의 이후 경력에 발목을 잡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그녀는 강렬하다. 그리고 신이치 역의 야마구치 캇페이 - '이누야샤' '원피스' 등 이 목소리가 나오는 다른 만화들로 시청 영역이 넓어졌을 정도로 한때(^^) 꽤 열광했었다. 다른 성우들도 꽤 알아가기 시작하고부턴 조금은 시들어졌지만... 들으면 여전히 즐거워지는 목소리.

호리카와 료는 캐릭터가 멋져서 성우도 덩달아 좋아하고 있는 케이스인데.... 그가 맡은 핫토리 헤이지 역은 그야말로 최고! 이 작품의 그 많은 캐릭터들 가운데 당당히 MY FAVORITE.

사족을 달자면 이녀석에겐 카즈하라는 여자친구도 하나 딸려있는데 우리말판 코난의 우리말 이름이 가영이랜다. 기분 묘하다... -_-;;;;

(그렇게 살지 마라...;;;)

한편, 이 작품은 공영방송 KBS에서 '애들 보는 만화'라는 죄목으로 화면에서 피 지우고 칼 가리고 너무 심하면 필름 자르고 그것도 안되면 중요한 에피소드인데도 빼버리면서 완전히 난자해서 방영했지만, 그것조차 잔인하다며 엄마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은 방영 중단을 당했다. 본국에서는 저녁 7시 30분에 방영하는 걸 왜 6시에 7세 관람가로 틀어주려 애쓰다가 그 꼴을 만들었냐고옷....!!!

어쨌든 KBS에서 한 78편을 1기로 나누고 얼마전 투니버스에서 2기로 52편을 방영했는데, 원제의 '살인사건'이란 단어조차 제목에 쓰지 못하게 한 KBS보단 많이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여튼, 우리말 더빙을 맡으셨던 성우분들도 꽤 친근한데, 얼마전 어이없게 돌아가셔서 더 아쉬운 故 장정진님을 비롯해, 최덕희님, 강수진님 등 나름대로 호화 캐스트였다.

이 작품의 오프닝, 엔딩을 들으면서 J-pop이란 것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사실 오프닝, 엔딩이란 애니용 단어 자체를 이거 보기 시작하면서 처음 알았다...) 뭐 별로 한인기 하는 가수들은 없다 해도 일본애들 노래 분위기는 잘 전달받고 있다. 그중 쿠라키 마이, 가넷 크로의 노래들이 꽤 들을만 하다.

3년, 그렇게 지나오면서 느끼는 건... 재패니메이션이란 시장이 진짜 무서울 정도라는 거. 우리의 열악한 만화사를 들출 것도 없이(전문용어는 모르겠지만서도, 돈 아끼려고 좀 히트한 만화의 원화를 닦아내 지우고 재활용하곤 했다는 말에 진짜 충격먹은 경험이...), 그만큼의 투자와 상상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이룬 발전... 그래서 우리의 어린 시절을 장악했듯 요즘 아이들을 쉽게 포섭하고 있다는 거...

뭐, 쉽게 뒤쫓아갈 순 없겠지. 나부터도 지금으로선 국산만화에 별 관심이 없는데 말이야. '오세암'은 진짜 골이 띵하도록 울면서 감동받으며 봤지만..

모르는 거지. 요즘 일본 TV 아니메가 포화 상태에다 질도 형편없이 떨어져 위기라는 기사도 본 적 있으니. 아, 아, 이제 그만!!


어쨌든, 코난이 신이치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쭉 지켜볼거야!!

'좋아하는 것들 >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화] 크르노 크루세이드  (0) 2005.08.12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  (0) 2005.06.25
[아니메] 탐정학원 Q  (0) 2005.01.31
[만화/드라마] 유리가면  (0) 2004.11.03
[만화]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  (0) 200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