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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크르노 크루세이드

KayAKAJemima 2005. 8. 12. 03:28

 

 

3월인가 투니버스 초방작으로 재밌게 봤던 만화 '크르노 크루세이드'. 한참 안보이다가 요즘 다시 해주고 있는 걸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주절거려 본다.

'엑소시스트'인 수녀와 악마가 사랑하는 문디같은 줄거리의 이 작품을 보게 된 계기는... 오로지 어느 오묘한 목소리 때문에.... 일본성우 이시다 아키라(石田 彰) 씨 때문이다.

에.. 그러니까 이시다씨의 목소리를 접하게 된 건 투니버스에서 '크르노' 전에 방영한 '최유기 리로드'라는 만화. 고전 '서유기'에서 캐릭터 이름과 설정만을 부분적으로 따와 만든 전혀 새로운 이야기. 겉멋든 총각 네 명이 천축으로 여행하며 겪는 에피소드들.... 한때 무척이나 재밌게 봐서 '리로드' 외에 그동안 나온 시리즈들을 몽땅 보기까지 했는데, 이 작품이 워낙 캐릭터들에 기대는 바가 컸기에 시간이 갈수록 '작품 자체'의 재미는 좀 모자란 건지 시들해지고 있다. 뒤로 갈수록 왠지 '카우보이 비밥' 짝퉁 분위기도 나고 해서.... 어쨌든 거기서 꽃미남 상냥맨 저팔계(!!)의 목소리를 책임졌던 분이 이시다씨이다. 남자 목소리라기엔 진짜 드문 묘한 미성이 캐릭터와 꼭 맞아떨어져 엄청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근데.. 진짜 드문 묘한 미성이라 생각했더니 역시나 야오이계의 전설적인 성우분이라는 검색결과가.... -_- 젠장... 뭐.. 물론 스타성우가 된 지금은 지양하고 있다지만.... 여튼 우리나라에도 팬이 엄청 많은 성우랜다.

 

어쨌든 작품이 시들해진 후에도 팔계씨는 4개월 동안이나 내 휴대폰 액정을 차지하고 있었다. =_=

그러던 중... 투니버스에서 신작 크르노 어쩌구를 한대는데, 이시다씨의 정보를 찾아보던 중 들어봤던 제목이 아닌가. 근데 내용을 차분히 읽어보니 위에서 말한 문디같은..... 음, 영혼에 해로울 것 같다는 판단 아래, 1편만 보고 외면했..었다....

그러다 보게 되었다 -_- 젠장.

20세기 초반 경제공황의 불운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미국 뉴욕 등지를 배경으로 폭주 수녀 로제트 크리스토퍼와 귀여운 댕기머리 소년 모습을 한 악마 크르노가 벌이는 이야기. 내용중에 '저건 좀 심하다..' 싶은 종교적 설정도 간혹 나오고, 아그들 보기에 심해보이는 장면도 자주 보인다. (12세용 컷버전과 15세용 노컷버전을 따로 방영한 투니버스의 센스!)

전체적인 감상이라면.... 우울하다. 아주 우울하다... -_-;

초반은 참 활기차게 시작한다. 힘을 주체를 못하는 로제트 수녀가 폭주할 때마다 박살나는 자동차, 무너지는 건물, 침몰하는 배... 짐꾼에 딱갈이로 끌려다니는 꼬맹이 악마의 한탄을 보고 있으면 뭔가 즐거운 기분이 되는데.... 이게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장난아닌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간혹 분위기를 띄우던 장면들은 이제 18화가 지나고 나면 싸그리 자취를 감춘다. 내가 이런 만화를 별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뒤로 갈수록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ㅜ_ㅠ

이 만화의 결말이 슬프다는 얘기는 정보를 찾는 중에 많이 접했지만... 슬프다, 슬프다 하는 얘기를 계속 듣긴 했지만... 만화 보면서 이렇게 울기는... 아 진짜...! 훌쩍..... 크흐흐....

그렇게 슬프기만 하면 눈물닦고 끝낼 텐데, 정작 감상자를 '우울모드'로 진입시켜 버리는 워낙 찝찝한 결말이 있다. 작품 전체를 통해서 善人들이 그렇게 애썼던 노력들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 거기 덧붙여지는 아득한 대사, "나는 욕망이 낳는 영원이다." 그런데 그게 신경질거리라기보단,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임이 확실하기 때문에....

ㅠ_ㅠ

이제 조금은 외적인 얘기... 작화가 꽤 멋지고, 마지막 24화까지 그 퀄리티가 무리없이 이어진다는 것도 좋다. (애니시리즈 DVD에 돈 써본 건 '아즈망가 대왕' '카우보이 비밥' 두개 뿐, 무지 제한적인데 이 시리즈가 출시된다면 사고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다...) 우리말 더빙도 꽤 좋았다. 사실 볼까말까 하던 맘을 확정시켜버린 건 구자형씨가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으니... 킁.

크르노 역의 엄상현씨는... 내가 이 만화에 관심갖게 된 계기와 관련해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는데, 결국 꼬맹이 크르노는 이시다씨가, 어른 크르노는 엄상현씨가 (쬐금 더) 낫다는 결론 도출. 이게 뭔 말인고 하니 이녀석은 원래가 다큰 어른 악마인데 뿔을 잘리는 바람에 소년 모습으로 봉인되어 있는 설정이므로 두 목소리가 다 필요하기 때문이쥐.... 이시다씨의 진가는 1화의 그야말로 첫대사 "로제토.."에서 확인가능... 뭔가 상상을 초월하는 목소리였다... @_@

그밖에 사테라 역의 이명선씨 진.짜. 짱이었다!! 원판 볼땐 심드렁했는데 더빙판으로 사테라와 피오레의 마지막 결전 보면서 눈물이 핑...

하나 딴지걸고 싶은 게 있는데.... 주인공인 악마 크르노의 소년때 모습이 너무 귀엽다는 것...-_- '아이들을 현혹해 악마라는 존재를 친근감있게 느끼게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음'이라고 YWCA 아줌마들이 항의해도 할말 없을만큼 귀여움..;;

 


끝으로, 위의 그림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컷이 아닐까 하는.... 저렇게 행복해 뵈는 미소인데 말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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