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Sherlock Holmes

셜록: 유령신부

KayAKAJemima 2016. 1. 7. 14:33

[[ 스포일러 마구 투하 ]]

 

 

 

아래 글에 약술했듯, 드라마 팬들조차 '잘 짜인 스핀오프 극장판인 줄 알았다'는 오해를 하게 만든 이 얄미운 동영상의 정체는 그야말로 TV용 크리스마스 스페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영국에서도 극장에 걸었네? 신년 스페셜로 TV 방영을 하는데도.

 

런던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생일에 홈즈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벤트도 하는 등 즐거운 짓ㅋㅋㅋ들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극장판에는 배우 인터뷰로 구성된 15분 특전영상을 내세운 거 보니, 그런 팬들을 겨냥한 이벤트성 개봉이 아닌가 맘대로 생각해 보는데....

 

이걸 전세계 극장에도 돌린 게 문제의 발단이 아닌가 싶음. 아니, 극장에서 할 순 있지. 이쪽도 홈즈 팬, 드라마 팬들 신년 축제삼게 소규모 개봉이었다면 문제 없었을 거 같은데 (우리나라도 처음엔 메가박스에서만 돌리려고 했다던데...), 근데 배급사가 대박의 원대한 꿈을 안고 판을 크게 벌인 게 아닌가 맘대로 생각해 보는데....

 

근데 판을 키우려면 보러오는 사람들한테 정보는 좀 줬어야지...... 왜 의도 100%의 낚시를 해, 왜 이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탠드얼론 극장판인 마냥 광고를 했냐고. 에휴.

 

 

 

어쨌든, 감상을 좀 남겨보자.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의 '셜록 홈즈 취향'(?)이란 게 점점 분명해졌다. 이 블로그 어디에서도 말했듯이, 난 홈즈의 팬이지만 '꽂히지 않는' 홈즈 부류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우선은 '캐릭터'가 매력적인가가 문제인 것 같고, 원작(Canon)의 활용도가 어떠한가에 따라 굉장히 열광하는 느낌이다.

 

'명탐정 코난' 에피소드 중에 57-58화 '홈즈 프릭 살인사건'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 때문인 듯. 홈즈 원작에 대한 문제를 내어 범인을 몰아붙이다니!

 

이 '유령신부'를 보면서, 그 열광이 터져나왔다. 초반에 모팻이 VR 애국사인이나 비처의 초상화, 페르시아산 슬리퍼 등을 설명하는 걸 보면서 신나 죽을 것 같았다. 이 '셜록'이란 드라마가 무대를 현대로 가져왔으면서도 원작의 아우라를 놓치지 않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런데 이제 아예 그들을 19세기로 데려다놓는다고 한다!

 

뚱땡이 마이크로프트에다가, 덤벙대는 하녀 때문에 짜증내는 왓슨, 크리스마스에 꼭 어울리는 단편 '푸른 홍옥(The Blue Carbuncle)'을 배경에 깔아주고, 'Elementary, my dear Watson'도 한 번 말해주고, 시즌 1의 1편에선 'The game is on!'이라 말했던 걸 여기선 확실히 'The game is AFOOT!'이라고 외쳐주네!

 

드라마 본편에선 폭포 따위 등장할 환경이 안 되어서 병원 지붕 위에서 치고받던 홈즈와 모리아티를, 작심하고 폭포 배경으로 잡아 준 것도 고마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어디에도 언급이 안 되는 거 같아서 '나만의 억지맞춤'일 뿐인가 싶기도 한 장면이 하나 있다.

 

비밀 결사대(?)의 아지트를 찾아 들어온 홈즈와 왓슨, 메리 세 명을 잡는 구도가, 85년 영화 '피라미드의 공포(Young Sherlock Holmes)'의 라메테프 신전 잠입 장면과 너무 닮았다.

 

요 장면.

 

 

그때는 홈즈의 연인 엘리자베스, 지금은 왓슨의 아내 메리인 점이 다르지. 이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작자들이 ㅋㅋ 뭐 뒤집어쓰고 괴상한 음율로 웅얼거리는 것도 닮았고.

 

아저씨들, 이거 의도한 거 맞죠?????

.....아님 말구 ㅠㅜ

 

 

이거였다. 그들의 크리스마스 TV 스페셜의 의의는 이거였던 거 같다. 나같은 허접 원작팬을 비롯,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셜록 홈즈를 사랑하지만 그의 영원한 고향인 19세기에 이 홈즈와 왓슨을 놓아보고픈 열성팬들의 바램을 '오케이~' 하며 만들어준 것 같다. 왜냐, 그들도 팬들 중의 하나니까. 자기들이 보고 싶은 걸 만드니까.

 

 

자, 이제 문제는 이게 '드라마'에 종속된 아주 절름거리는 에피소드였다는 죄목인데....

 

내가 드라마를 전혀 안 보고 '셜록 홈즈'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걸 보게 되었을 경우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 본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난 모팻의 설명이 시작될 때부터 심하게 두근거렸기 때문에! 시즌 1~3의 요약이 간단히 지나갈 땐 "...........????" 했을지라도 년도가 점점 내려가 19세기에 멈추며, 전쟁에서 부상당하는 왓슨, 런던에서 스탬퍼드를 만나 (드라마를 안 봤으니 스탬퍼드가 얼굴을 보일 때 웃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해를 못 했겠지 ㅋㅋ) 홈즈를 만나러 가고 베이커 가 집이 소개되고.... 제작진들이 숨겨 놓은 (대사 포함) 19세기의 멋진 디테일들을 나름 즐길 수는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문제가 되는 게, 왓슨의 부인이 메리 모스탄인 것은 안다 해도, 원작과는 완전 분위기 다른, 남편 몰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이 여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했을 것 같고 (그리고 메리가 저런 아줌마일 리 없어! 하며 경악했을 가능성이.... ㅜㅡ), 멘붕이 시작되는 현재 시점 비행기 장면에 다다르면 "..............??????????" 되어버리는 건 필연일 듯 하다. 역시 배급사의 무책임 광고는 쉴드칠 수 없을 거 같다.

 

근데, 보고 나와서 '셜록' 드라마 정주행 할 거 같은 느낌. 이걸 왜 아직까지 안보고 있었지? 하면서... ㅋㅋ

 

이거 만든 이들이 원작을 존중한다는 걸 느끼고 나올 게 분명해서.....

 

 

마지막으로, 김빠지는 범인과 유치한 의도 라는 평이 많은 유령신부 사건의 결말은.... 그 의견도 나름 인정하지만 제작진의 의도도 맘에 든다. 19세기에 어울리는 외침이었다. 아내는 집안일 안하고 어딜 갔느냐는 왓슨의 짜증, 남장을 해야만 능력 발휘가 가능했던 몰리 후퍼, 현대 배경에선 레스트레이드의 오른팔 격인 샐리 도노반 형사는 흑인이라 아예 존재 자체를 비추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 빛을 따라가는 여성들에 주목하고 그녀들에게 '세상의 반(남자들)이 패배해야만 하는 전쟁'이라며 축복하는 홈즈 형제가, 좋았다.

 

 

아오!!!!!! 글 쓰다보니 또 땡긴다. 한번 더 보러 가야지!

 

아우, 근데 에밀리아 리콜레티, 분장도 분장이지만 부릅뜬 눈이 왜 그리 무셔...... 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