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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KayAKAJemima 2005. 7. 3. 05:50

 

 

얼마전 친구가 응모하라고 알려준 '유령'.... 연락이 안오기에 '물건너갔나 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벤트 자체가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연락이 와서... 형부될 분의 첫 방문이란 大事가 버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 모르쇠~ 하며 예술의 전당으로 쫓아갔다. (하긴 그 大事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라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마는...)

좌석이 어디든 유령만 본다면야! 라는 생각이었는데 초대해준 친구 덕에 너무나 좋은 자리에 앉게 되어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없고 고맙다^^ 위에 올린 사진은 공연 시작되기 전에 플래시 끄고 한컷 찍어본 것인데 (물론 몰상식한 행동.... 후다닥 달려온 도우미 아가씨한테 정중하게 한소리 듣고 집어넣긴 했지만 이 사진 건지게 되어 무지 기쁘다....) 내 좌석이 얼마나 명당자리였는지 설명이 되고도 남으리라. 쿠하하...

저만치 아래에 유령 영화버전을 보고도 쓴 글이 있지만.... 2002년 당시 한국어버전을 볼 때 놓쳤던 경매장면과 오프닝곡을 듣고 있자니... 내가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친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극에 몰입하게 해주는 그토록 절묘한 감정적 장치를... ㅜ.ㅠ

캐스팅은 환상이었다. 유령역의 브래드 리틀은... 솔직히 말해 음색이, 내가 가지고 있는 유령 버전들 중 가장 낮게 치는 배우의 음색과 아주 흡사해 처음에 '허걱..' 싶다가 곧 안심했다. 폭풍처럼 강하다가 소심히 사그라드는 변화무쌍함이 진짜 대단했다. 크리스틴이 처음 가면을 벗겨낸 후 발광하는 장면은 마이클 크로포드를 넘어섰다고 감히 말해본다. 왜 거기서 눈물이 찔끔 나는건지...

그는 어렸을 때 난독증으로 또래들에게 바보취급, 왕따를 당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고 한다. 그 기억을 유령의 슬픔에 녹여내어 연기를 한댄다. 꽤 잘 전달되었지 싶다.

역시 무대에서의 팬텀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영화보면서 라울이 빼앗아갔던 자리를 간단히 다시 차지해버리는 걸 보니. ^^

그외 주조연들을 비롯해 앙상블 팀의 가창력은 진짜 탄탄했다. 수입뮤지컬이라야 본 것도 몇 편 안 되는 주제에 이런 말 써도 될런지 모르지만, '브로드웨이 팀'이란 홍보문구에 어울리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목소리들이, 이미 음악의 아름다움만은 인정하고 있는 내 귀에 그 절정의 멜로디들을 들려주며 꼬시고, 눈을 어지럽게 하는 화려한 볼거리들을 그리 근접해서 보고 나니 이거 참.... "my favorite 3" 리스트 순서가 바뀔 지경으로 혼란스럽구미.
(뭐, 물론 넘버원은 영원히 레 미제라블이겠지만...^^)

웨버 경,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천재입니다....

^^

정말 좋은 관람 했다....

12,000원이라는 장대한 가격을 자랑하는(-_-;;) 팸플릿을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결국 남는 건 팸플릿밖에 없다 싶어서 구입했다. 덕분에 25,000원 하는 티셔츠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 적어도 4대 뮤지컬 티셔츠는 다 모으고 싶었는데... ㅜ.ㅠ

(이러다 사러 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지? 이렇듯 팬텀을 다시보게 되었는데도 영화 DVD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흐음.